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중동 정치의 가장 복잡하고도 위험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두 국가는 수십 년에 걸쳐 극심한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2020년대 중반 현재 이르러서는 외교적 단절, 대리세력의 충돌, 군사적 교전, 사이버전, 핵무기 개발 문제 등 다차원적 갈등 구조로 심화되고 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양국 간의 적대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국제사회 전체의 안보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호적 관계였던 과거:이란 왕정 시절의 이스라엘 협력
현재의 적대적 양상과는 달리,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까지, 이스라엘과 이란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였다. 당시 팔레비 왕조 하의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서 친서방 노선을 유지하였고, 비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외교·정보·경제 분야에서 협력하였다.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기에 비(非)아랍 국가인 이란과의 관계에 큰 의의를 두었고, 이란 역시 자국의 지정학적 경쟁자인 이라크와 소련 견제를 위해 이스라엘과 전략적 연계를 유지하였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공급하고, 이스라엘은 이란에 군사 장비와 정보 기술을 제공하는 상호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특히 ‘페르세폴리스 프로젝트’ 등과 같은 비밀 군사 협력 사업은 두 나라의 깊은 유대를 상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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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동의 국가. 국교는 시아파 이슬람교이며 유대교·조로아스터교 등을 믿기도 한다. 해발 460m 이상의 고원지대이고 10% 정도가 경작지이다. 세계 석유매장량의 약 10%에 해당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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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이후의 급격한 단절: '이스라엘은 악의 축'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은 이스라엘-이란 관계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 세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사탄’과 ‘시온주의 악마’로 규정하였고, 이란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양국은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인 선전과 군사적 대결 구도로 접어들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지지하며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 헤즈볼라와 같은 반이스라엘 무장 단체에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은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였으며, 이후 양국은 군사적·정보적 전면전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제3국을 무대로 한 대리전 형태의 갈등을 전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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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중해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중동의 국가. 남북길이가 약 400km, 동서길이가 가장 넓은 곳이 121km에 이른다. 수도는 예루살렘이며 화폐는 이스라엘 쉐캐림이다. 국민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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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관계 악화: 군사 충돌과 핵무기 갈등
2000년대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점차 더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있다. 이란은 ‘평화적 핵 개발’을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와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가진 이란을 용납할 수 없는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군사적 선제타격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과학자 암살,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예: 스턱스넷 바이러스), 정밀 공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 해왔다. 이에 대해 이란은 자국 주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는 등 갈등은 점차 격화되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란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지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는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을 유발하였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Quds Force) 거점, 무기고, 군사 차량을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에 대해 보복 선언을 거듭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직접적인 드론 및 미사일 공격도 감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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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핵시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란의 핵시설을 사용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원자로 및 다양한 핵연료 사이클 시설을 포함한 여러 핵 시설로 구성된다. 이란의 아라크(Arak) 에 위치한 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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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세력과 사이버전: 제3의 전쟁 양상
이스라엘과 이란은 직접적인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시리아 및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대리세력과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을 지속해왔다. 특히 2023~2024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들 세력은 더욱 공격적인 전술을 펼쳤으며, 이스라엘은 이란을 이들의 배후로 지목하며 군사적 대응을 정당화하고 있다.
사이버전 역시 갈등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정수 시스템, 병원, 항공 시스템 등에 대한 해킹을 시도하였으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원자력 시설, 교통 인프라,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군사 충돌을 넘어선 현대전 양상으로, 민간인 피해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국제적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적 가능성과 국제사회의 역할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국제사회의 압력과 중재 속에서 갈등을 외교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유럽연합과 오만, 카타르 등의 중재국들은 양측의 비공식 접촉 채널을 유지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란 핵합의(JCPOA)의 복원과 이란의 군사적 확장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는 ‘자제’를 요청하는 모순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란은 자국 안보와 이슬람 세계 리더십을 위해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란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입장 차이는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무력 충돌을 더욱 자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마무리하며 : 평화는 먼 길, 충돌은 현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냉전적 적대와 실질적 전쟁 사이를 오가며,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국경 분쟁이나 종교 갈등이 아닌, 국가의 생존과 체제 정당성을 건 충돌이라는 점에서 타협의 여지가 좁다. 더욱이 핵 개발과 대리세력, 사이버전과 같은 현대적 갈등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중동의 미래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관계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보다 능동적으로 중재와 신뢰 회복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 두 국가의 적대는 결국 전면전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평화로 향할 것인가, 파괴를 감수할 것인가. 그 선택은 중동은 물론 세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