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 정세의 중심축 중 하나는 중동 지역이며, 이곳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정치·외교적 삼각 구도가 바로 미국, 이란, 이스라엘 간의 관계이다. 이들 세 국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동맹과 적대, 전략적 이해와 이념 충돌, 핵 개발과 억지력 경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상호 작용하며 세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현재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폭격할 것인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이란, 이스라엘 세 나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하메네이, "결코 굴복 않는다. 미국 공격하면 크게 다칠것"(종합)
하메네이, "결코 굴복 않는다. 미국 공격하면 크게 다칠것"(종합)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과의 공중전 엿새째인 18일 미국을 겨냥해 "이란은 결코 굴복하지 않으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회복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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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비롯된 갈등의 뿌리
1. 미국과 이란: 우방에서 적으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과 이란은 전략적 동맹이었다. 특히 미국은 1953년 이란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그가 석유 산업 국유화를 추진하자, 영국과 함께 쿠데타(CIA 주도)를 일으켜 친서방 성향의 팔라비 국왕(샤)을 복권시켰다.
그 후 이란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서구화 정책을 펼쳤지만,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은 이러한 관계를 단절시켰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혁명 세력은 반미·반이스라엘 기치를 내걸고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수립했고, 같은 해 발생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은 미국 내 반이란 감정을 극대화시켜 이후 양국은 외교 관계를 단절한 채 현재까지 적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2. 이란과 이스라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갈등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중동에서 외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존재해왔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을 “시온주의 점령 국가”,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며 하마스, 헤즈볼라와 같은 반이스라엘 세력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역 내 세력 확장과 무기 공급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공습, 사이버 공격, 정보 작전 등을 통해 이란의 군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견제해 오고 있다. 이는 직접 전쟁은 아니지만 사실상 ‘저강도 전쟁’이 상시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핵 문제: 국제 안보의 중심
1. 이란 핵 개발의 역사와 JCPOA
이란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아왔다. 이란은 "평화적 원자력 발전"이라 주장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와 서방의 정보에 따르면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EU, 중국, 러시아 등 주요 6개국은 2015년 이란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은 핵 활동을 제한하고,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었다.
2. 미국의 탈퇴와 핵 위기 재점화
하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이란도 점진적으로 협정 의무를 파기하며, 고농축 우라늄 생산, 첨단 원심분리기 가동 등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다시 가속화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자극했고, 이스라엘은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를 암살하거나,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등 극단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군사 충돌과 지정학적 긴장
1. 솔레이마니 암살과 중동 확전 우려
2020년 1월,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드론 공격으로 암살했다. 이는 양국 관계의 극단적 파국을 가져왔으며, 중동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란은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보복 공격했고, 이후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친이란 민병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관련 시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2. 2023~2024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이란의 간접 개입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했다. 하마스는 이란의 무기, 정보, 자금 지원을 받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간접 전쟁 양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지역 세력들도 이스라엘과 미군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끈끈한 동맹과 정치적 계산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으며, 매년 약 30~4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군사 기술, 정보 자산, 외교적 방어막을 통해 중동 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계에서 유대계 로비 단체(AIPAC 등)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여, 민주·공화 양당 모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인권, 인도주의 이슈를 고려해 일부 선을 그으려 했지만,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이스라엘을 확실히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세계 안보의 가장 뜨거운 지점
미국, 이란, 이스라엘의 관계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국제 질서의 안정성과 혼란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다. 이들의 갈등은 중동이라는 지역을 넘어서 세계 원유 시장, 글로벌 증시, 국제법, 핵 확산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향후 수십 년간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