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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우측통행 전환(1967):혼란 속 질서를 세운 하루의 혁명

by 달콤한슈가 2025. 11. 1.

1967년 9월 3일 일요일, 스웨덴 전역은 전례 없는 혼란과 흥분에 휩싸였다.
그날 새벽 5시, 스웨덴의 모든 도로에서는 차량들이 일제히 멈췄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는 하나의 명령이 방송되었다.
“지금부터 우측으로 주행하십시오.”

이날은 스웨덴 역사에서 ‘Dagen H(데이건 에이치)’,
즉 “H의 날(우측통행 전환의 날)”이라 불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Höger’는 스웨덴어로 ‘오른쪽’을 뜻한다.

스웨덴은 1967년 이전까지 좌측통행 국가였다.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모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 방향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전면 전환하는 대규모 교통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는 단순한 교통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뒤바꾼 전대미문의 실험이었다.
그 배경에는 국제 교류 확대, 교통사고 문제, 그리고 국민의 인식 전환이 있었다.

스웨덴의 우측통행의 전환;트램이 운행되고 있다
스웨덴의 우측통행의 전환;트램이 운행되고 있다

좌측통행 스웨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다

스웨덴은 18세기 이래로 오랫동안 좌측통행을 유지해왔다.
당시 유럽의 여러 국가가 영국의 영향을 받아 좌측통행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마차 시절에는 오른손잡이 운전자가 마주 오는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 달리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세기 중반 스웨덴의 자동차 보급률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차량이 수입산 자동차,
특히 미국이나 독일 등 우측통행 국가의 차량이었다.

이로 인해 도로에서는 운전석이 도로 밖쪽에 위치한 차량이 다수였다.
즉, 좌측통행을 하면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많았던 것이다.
이는 추월이나 교차로 진입 시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는
스웨덴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도로를 연결하면서
국경 지역에서의 혼란이 커졌다.
스웨덴은 좌측, 이웃한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우측통행이었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어가는 운전자들은 즉석에서 방향을 바꿔야 했다.

결국 정부는 교통 안전과 국제 표준화의 필요성을 이유로
우측통행 전환을 국가적 과제로 채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의 반응이었다.

국민의 반대와 대대적인 준비 과정

1955년, 스웨덴 정부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압도적인 반대 83%였다.
국민들은 “운전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또한 도로 표지판, 신호등, 버스 승강장, 교통 교육 등
모든 시스템을 교체해야 했기에 비용 문제도 컸다.

그러나 1963년, 스웨덴 의회는 결국
‘우측통행 전환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제 교류 확대와 교통사고 감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4년의 준비 기간을 두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의 대표적 캠페인 로고는 흰색 ‘H’자와
빨간색 삼각형을 결합한 형태로, “H의 날(Dagen H)”이라 불렸다.
이 로고는 교과서, 광고판, 우표, 심지어 속옷까지 등장하며
국민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라디오와 TV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는 연습을 합시다”라는 광고가 끊임없이 방송되었고,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교통 방향이 바뀔 것임을 교육했다.
자동차에는 ‘H’ 마크 스티커가 붙었고,
모든 신호등과 표지판은 전환일에 맞춰 새로 설치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67년 9월 3일 새벽,
스웨덴 전역의 도로는 정지 상태로 들어갔다.
새벽 4시 50분, 모든 차량이 정차했고,
5시가 되자 라디오 방송의 신호음과 함께
국민들은 일제히 도로의 오른편으로 이동했다.

혼란의 하루, 그리고 질서의 회복

많은 사람들은 이 전환이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 우려했다.
일부 언론은 “교통이 마비되고 사고가 속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제 결과는 그 반대였다.

그날 스웨덴은 거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운전자들이 극도로 조심하며 서행했고,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도로 곳곳에서 질서를 유지했다.
사람들은 혼란보다 오히려 긴장과 신중함 속의 질서를 보여주었다.

물론 초기에는 작은 혼선이 있었다.
버스 승강장이 잘못된 방향에 설치된 사례나,
일부 지방의 표지판 교체가 늦어진 곳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환은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교통사고 통계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전환 직후 6개월 동안 스웨덴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이전보다 약 17% 감소했다.
물론 이는 운전자들의 ‘조심스러운 운전’ 덕분이었지만,
결국 우측통행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유럽 내 교통 시스템과 완벽히 호환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스웨덴의 교통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오늘날까지 그 체계가 이어지고 있다.
‘Dagen H’는 이제 스웨덴의 행정 효율성과 국민 협동 정신을 상징하는
성공적 정책 전환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루의 혼란이 만든 질서의 역사

스웨덴의 1967년 우측통행 전환은
단순히 교통 방향을 바꾼 사건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를 새롭게 정비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 정책은 국민적 반대 속에서도
정부의 치밀한 계획, 철저한 홍보, 그리고 시민의 협조가 결합하여
‘혼란 없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하루아침에 나라 전체의 통행 방향이 바뀌는 일은
세계 역사상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Dagen H’는 스웨덴인들에게
“질서를 향한 변화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의 도로 사진은 지금도 교과서와 기록물 속에 남아
시민의식과 협동의 힘이 얼마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스웨덴의 우측통행 전환은
정책이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가능한 변화의 예시로 남아 있다.
그날의 짧은 혼란은 결국,
스웨덴 사회를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든 위대한 하루였다.